우리가 나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그 이야기를 도시에 적용시킨다면, 도시의 풍경은 과연 어떻게 바뀌어나갈까?
“대전 시민들이 ‘나무의 소리를 듣는 법’을 기억해낸 지 10년이 흐른 2032년, 끝없이 펼쳐지는 숲의 네트워크는 도시를 이루는 대동맥이자 연결망이다. 숲 사이로 연결되어 퍼져나가는 지하 균사체와 미립자들은 대대로 이어져 온 생태적 지혜와 사람들을 더 가까이 연결시킨다. 인간에 의해, 인간을 위해서만 디자인되었던 기존의 도시가 아닌, 지혜로운 나무들의 조언을 따라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를 위해 새롭게 디자인된 이 도시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나무가 디자인하는 도시>는 인간과 자연이 더욱 바람직한 조화를 이루는 가능한 미래를 상상하며, 예술, 과학, 도시계획, 기술, 음악, 퍼포먼스, 그리고 생태학적 지식을 함께 엮은 전시다.
한국의 오랜 풍속에는 ‘당산나무’가 있다. 마을 어귀 혹은 한복판마다 동네의 수호신이자 공동체의 중심으로써 당산나무가 우뚝 서 있었으며, 성스럽고 고귀한 존재로 여겨지며 대대로 잘 보호되어 왔다. 나무와 사람이 함께 어울려 공존했던 이 오랜 전통과는 달리, 오늘날의 도시들은 자연과 철저히 분리, 단절되어 있다. 그러나 여러 과학적 문화적 연구 결과에 의하면, 나무들은 기후 변화로부터 도시를 보호하고, 깨끗한 공기, 토양, 물을 제공하며, 사람이 더욱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나아가 숲은 더욱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구축하는 방식을 실제 숲의 구성 사례를 통해 명확하게 입증하고 있다. 그러므로 사람은 나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자연과 더 가까이 이어져야 하고, 나아가 그 일부가 되기 위한 법을 배워야 한다.
이 전시는 생태예술 창작그룹 ‘시티애즈네이처’가 지난 10여 년간 일본, 한국, 스코틀랜드, 미국에서 진행해 온 자연 기반 디자인(NbS, Nature-based Solutions) 관련 문화적, 실용적,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착안되었다. 작품 제작 과정에서는 가능한 한 지역의, 지속 가능한, 재생 가능한 자원을 활용했으며, 대전 지역의 예술가들, 자연 환경과 함께 작업했다.





전시 관람
<나무가 디자인하는 도시>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은 4개의 나무 기반 ‘노드’를 통해 나무와 연결되도록 제안 받는다.
(1) 당산나무 (Network Hub)
나무는 정교하게 얽힌 생태망 안의 핵심종으로, 모든 생명의 어머니이다. 만약 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들은 지구 위에서 살아갈 수 없게 된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이 어린 ‘당산나무’는 작가들이 모종에서부터 2년 동안 정성껏 키워온 녹보수로, 관람객들은 이 나무 앞에서 지구 위의 나무들에 대한 감사 인사를 올리게 된다.




Dangsan Namu, 2022
Happy Tree, FSC-certified pinewood, hanji
(2) 나무 이야기 (Story Node)
과거, 현재, 미래의 도시와 나무에 대한 포토에세이 ‘수천 년의 춤’, 그리고 나무와 자연에 관한 지혜로운 통찰을 모은 ‘이야기의 숲’으로 구성된 ‘나무 이야기’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천천히 둘러보도록 안내된다. 또한 나무에 관한 추억이나 떠오르는 생각을, 비치되어 있는 종이에 적어서 ‘이야기의 숲’에 매달도록 디자인되었다.
*온라인 참여 가능 – #citybytrees #나무디자인도시 를 태그하거나, 이메일 suhee@finalstraw.org 로 접수







Tree Story Forest, 2022
text in graphite on hanji
The Dance of Thousands of Years, 2022
photographic pigment prints on hanji and text in graphite
(3) 나무로부터 온 노래 (Tree Punk Rock Node)
‘왜가리의 부름으로 깨어난 대전천 ‘물의 여신’이 샘으로부터 등장하여 ‘나무의 신’을 찾아간다. 요청을 받은 ‘나무의 신’들은 어딘가 어설픈 사람의 모습들로 나타나, 대전 시민들에게 보내는 나무의 메시지를 펑크락 음악의 형태로 전달한다.’ 이 실험적인 뮤직 비디오는 대전천 옆의 나무, 그리고 지역 예술가들과의 협업에 의해 제작되었다.


Let’s go Trees, 2022
single channel film and sound, 9m04s
[ Directed by Patrick M. Lydon, with Suhee Kang, Nartzz, and Eunsun Heo ]
(4) 도시 계획 (Urban Plan Node)
만약 우리가 나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면, 대전의 풍경은 어떻게 바뀔까? 이 구역에 전시된 작품들은 ‘The Possible City‘ 시리즈의 스케치 및 일러스트, 그리고 대형 도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지에 그려진 ‘보문산, 나무가 디자인하는 도시’ 작품은 작가가 매일 보문산을 찾아가 숲을 관찰하며, 그리고 자연 기반 디자인(NbS) 관련 문화적, 실용적, 과학적 연구자료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나무가 디자인하는 도시’는 단지 생태적으로뿐만 아니라, 자연과 더욱 가까우면서도 더욱 폭넓게 이어지는, 또한 모든 존재들에게 더 살기 좋고 편안한 도시일 것이다. 이를 위한 7가지 지침은 전시장 벽면에 연필로 적혀 있다.
산부터 강까지 이어지는 숲
모든 산줄기에서 시작하여 연속적으로 아래쪽 강까지, 끊이지 않고 숲과 녹지가 펼쳐진다
강과 하천의 ‘통행권’ 보장
유역들마다 어디에서나 자연스럽고 개방적인 물의 흐름이 확보되도록 한다
자연에 이로운 농장들
도시 안팎 곳곳에 자연농, 퍼머컬쳐 등 친환경 농장들이 마련되어 건강한 먹을거리를 재배고, 생명 다양성을 촉진하는 터전으로 쓰인다.
토착 동식물들의 서식지, 야생 초원
제초제나 중장비를 쓰지 않고, 최소한의 개입으로 자연 스스로 균형을 찾는 야생 녹지에서, 생태계 안 모든 구성원들이 조화롭게 공존한다.
‘스며들기 좋은’ 길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차량 통행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걷기 좋은, 자전거/휠체어로 접근하기 좋은, 아름답게 가꿔진 생태 통로를 늘려 더 활기차고 건강한 도시가 된다.
자연 습지 보존
홍수를 방지하고, 물을 정화하며, 수많은 동식물들의 서식지가 되는 자연 습지를 매립하거나 제거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물의 신전
산속 맑은 숲은 깨끗한 물의 근원이다. 식수를 얻는 약수터와 그 둘레의 숲을 신성한 공간으로 섬기며 보호하고, 소박한 ‘물의 신전’에서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올린다.







Concept Sketches for A City Designed by Trees, 2021-2022
various media on paper: graphite, chalk, oil pen, pigment pen, blueprints
Bomunsan and a City Designed by Trees, 2022
graphite, pigment pen, charcoal, and chalk on unbleached hanji, 140x70cm
The Trees Say: Seven Directives for Livable, Healthy, Ecological Cities, 2022
written in graphite on gallery wall
‘나무 이야기’를 모아 전시합니다
나무에 관한 어떤 기억, 소중한 추억, 나무에 대해 생각한 것.. 널리 함께 나누고픈 나무 이야기가 있다면 저희에게 보내주세요. 짧은 글, 혹은 긴 글, 그림이나 사진, 음악.. 어떠한 창작물이든, ‘나무’에 대한 이야기라면 무엇이든 좋습니다. #citybytrees #나무디자인도시 를 태그하거나, 이메일 suhee@finalstraw.org 로 받습니다. 보내주신 ‘나무 이야기’는 전시장 안 ‘스토리 노드’ 구역에 모아 함께 전시됩니다.
전시 정보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 2022 : 미래도시’ 시티 프로젝트
나무가 디자인하는 도시 A City designed by Trees
2022년 8월 2일 ~ 10월 16일
공간 구석으로부터, 대전광역시 동구 정동 36-11번지 [ 지도 ]
(매주 월,화 휴무 / 오전 10시 ~ 오후 6시)
제작
기획, 진행, 제작 : 시티애즈네이처 ( 패트릭 라이든 & 강수희 )
객원 작가 : 허은선 (퍼포먼스), 송재형 (퍼포먼스, 음악)
제작 지원 : 대전시립미술관 (한국) & The Nature of Cities (미국)
전시를 뒷받침하는 아이디어는 패트릭 라이든이 2018년도에 쓴 에세이 A City Designed by Trees 로부터 비롯되었다.
제작 과정











